어제 비가 대지를 흠뻑적셔 준 터라
오늘 비를 갈망하며 미루어 온 일
제일 먼저 고구마를 심었다.
하우스 둑 잡초와의 전쟁을 벌이며
아예 전쟁을 피하기 위해 뿌리를 많이 뻗으며
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고구마를 선택해 심었다.
이 고구마는 우리 아이들이 잘 먹는다.
요즈음 아이들은 고구마,감자같은 곡기 군음식을 잘 먹지
않는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.
우리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이 다행스럽다.

마음먹은 김에 상추와 치커리, 배추, 열무 씨앗이 보이는 것을
남은 자투리 공간에다 심어 보았다.
이를 본 '남편은 날 뜨거워서 잘 안 될꺼야'
하시며
닥치는 대로 심는 내 모습에 걱정스런 표정이시다.
누가 알어! 채소가 귀할 때
요긴하게 먹을 수가 있을지?
사실 하우스안에 방울에만 신경을 온통 쏟았지
잔잔한 농사일엔 별 관심이 덜했었다.
아니 부지런하신 우리 어머니께서 적절히 푸성귀는 먹게 해주셔서
전적으로 의지해 왔는지 모른다.

옛 우리 어머니들은 땅을 참 소중히 여기셨다.
자투리 공간을 잘 활용하시며 땅이 쉴새가 없게 하셨다.
옥수수는 밭 울타리로 ,콩 사이로 씨앗이 들어가 숨을 쉴수
있는 공간이면 다 활용하셨다.
나도 그 흉내를 낸다며 콩이 죽은 부분에도
울타리로도
옥수수도 심어 보았다.
처음 심어 본 야채들 우리 가족들의 안전한 먹거리로 즐겨 먹을 것을 생각하니
절로 흥이났다.

활활 타오르는 용광로같은 하우스안의 열기 보다
햇살을 따갑지만 이마의 땀방울을 훔쳐주는 하우스 밖 간간한
바람이 호미를 잡고 있는 손길을
더 흥겹게 해주었다.